김우산팀장의 케이블유선방송 :: 파라과이 ■비오는 밤 -새벽4시
Sobre Paraguay2018. 1. 30. 17:23


 


창 밖에 비가 온다. 간혹 흐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밤새 비가 쏟아진 모양이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 ­ 또르륵

 

며칠째 비가 종종 내린다. 비 내리고 다시 더워지기도 하고 그러나 아직은 겨울이라 비가 내려 도시의 열기를 씻어내고 나면 다시 추워진다.

만일 아침에 일어나 쌀쌀한 기운을 느낀다면 이날만은 아직은 겨울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스웨터나 가디건을 챙겨 입어야 한다. 또는 피부를 드러내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껴입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만일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바깥 공기가 그럭저럭 춥지 않다고 느낀다면 한낮의 태양이 도시의 열기와 어울려 뜨거울 것을 예상해야 한다. 그리하여 피부를 드러낸 반팔 티를 입는 것이 좋다.

하루는 여름, 또 하루는 겨울... 이렇게 계절을 넘나들며 내 몸이 느끼는 대로 옷을 입는 것도 빠라과이에서 사는 자유다. 옷입는 자유, 이것은 북반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오직 아열대 기후의 이곳 남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뭐 한국도 요즘은 거의 아열대 기후화 했다. 봄 가을이 없어진 지 오래다. 딱히 계절이 없이 옷을 입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사계절 옷장도 필요없어졌다. 자유롭다~. 

허면 빠라과이는 또 얼머나 더 덥겠는가. 상상해보라. 


만일 당신이 델 에스떼의 거리를 걸을 때 가죽 자켓을 입은 남자나 두툼한 파카를 몸에 딱 맞게 입은 아가씨 옆에서 반팔티만 걸치고 짐을 나르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원주민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라.

 

창 밖에 비는 내리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 제한된 나의 날들을 떠올린다. 불과 한달 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여러 사건도 겪었다. 그동안 주변에서 두 사람의 부고를 들었다. 

 

일주일 단위로 간략히 메모한 일기장은 기억을 상기하기 위한 나의 덧글에 누더기가 되었다. 일일이 글로 다 기록할 수 없는 일들, 그리고 인간애 넘치는 눈빛고 마음들... 그것들은 글이나 말로 다 드러내 보여줄 수 없는 나의 감각 나의 경험으로 남아 있을 터이다. 

빠라과이에서의 아쉬운 밤이 깊어가고 있다. 


[천둥번개] 





 

Posted by 김usan